항상 어떤 마음의 위기, 정신의 위기가 닥쳐올때면 일기를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.
손으로 글자를 쏟아내서 공허감을 메꾸기도 하고
결국은 오래가지 못하고 흐지브지 되버리고 말 프로젝트를 느닷없이 뚜렷한 목표와 계획도 없이
시작하여 심란함을 다잡으려고도 하고 그랬다.
마음이 어느정도 안정을 찾음과 동시에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나날이 지속되거나
혹은 이미 충실한 삶의 감각이 있어 굳이 뭔가를 적어내는 행위를 안해도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면
전날 전전날의 일기가 무색하게 그 연속성이 뚝 끊기곤 했다.
(그 외에 뭔가 쓰는 작업이 많아져서 끊긴 적도 있다.)
꽤 많은 일기를 토해냈다고 자부하지만 꾸준함이라는 항목에는 더없이 작은 자신인건
아무래도 습관화는 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.
별 일 없는 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역시도 일기에 달려있는 것이었는데.
일기를 재밌게 쓰기 위한 2016년을 살았으면 좋겠다.
재밌는 일을 겪고, 평범한 일에서 재미를 찾고, 재밌게 쓰고
그러면 좋겠다.
그리고 좀 더 길게길게 쓰고.
나는 짧은 글에 재주가 있다 여기지만
긴 글을 동경한다.
동경하는 것을 이루는 즐거움으로 가자.